크리스마스에 피우는 부드러운 피트 — 고모로 증류소의 숙성과 블렌딩 철학
2026.10.05
“이제 필요한 건 시간뿐”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뉴본 원액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색이 놀라울 만큼 짙었습니다.
Part 2에서는 뉴 메이크의 과일 향, 그리고 솟아나기까지 50년이 걸리는 물에 대해 썼습니다.
이번 Part 3에서는 그 뉴 메이크가 숙성되며 어떻게 변하는지 — 숙성, 피트, 그리고 블렌딩의 철학으로 들어갑니다.

2년도 안 되어 이만큼의 색
논피트 뉴본.
오크통에서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짙은 호박색입니다.
올해 11월, 고모로 증류소의 첫 싱글 몰트가 출시됩니다.
이 샘플은 그 첫 출시의 콘셉트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안 창 씨는 이것을 “스프링 뉴본”이라고 불렀습니다.
올해 가루이자와·고모로 지역의 봄을 기념하는 이름입니다.
색이 이렇게 빨리 드는 비밀은, 고모로가 숙성을 생각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짐 스완 박사의 이름을 딴 숙성고 “짐 스완 하우스”.
건물은 숲의 환경을 그 안에 봉인하듯 설계되어, 자연이 주는 것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자연에 주는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우연에 맡깁니다.)
“여름은 사포, 겨울은 산소”
이안 씨는 일본의 기후를 대만과 스코틀랜드의 딱 중간이라고 표현합니다.
대만처럼 더운 여름. 스코틀랜드처럼 추운 겨울 — 특히 이곳 나가노는.
그 둘을 모두 가진 것이 숙성의 열쇠라고 합니다.
더운 여름은 거친 모서리를 사포처럼 다듬습니다.
추운 겨울은 오크통 속으로 산소를 밀어 넣어, 더 섬세한 향을 키웁니다.
둘이 번갈아 찾아오며, 위스키는 그 사이에서 다듬어집니다.
그래서 11월 출시까지 남은 3개월 동안, 아직 조금 거친 이 뉴본이 얼마나 더 정제될지 — 이안 씨는 그것을 기다리며 즐기고 있습니다.

30년 뒤를 내다보며
이안 씨가 힘주어 이야기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 뉴본은 아직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만큼이 되었습니다.
그 사실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이안 씨 자신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무에서 시작해 스카치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카발란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사람이, 지금 이곳 일본에서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모로는 3년, 5년, 8년, 10년 원액을 쌓아 가며, 12년부터 숙성 연수를 표기할 계획입니다.
그 너머로는 30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카발란에서의 숙성은 평균 3~8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고모로에서는, 장기 숙성에 진득하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증류를 시작한 것은 2023년.
30년 원액이 완성될 무렵, 이안 씨는 78세가 됩니다.
자신이 답을 확인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간 단위를, 처음부터 계획에 담은 것입니다.
그것이 고모로가 일하는 스케일입니다.
이안 씨는 스코틀랜드에서 70년 숙성 위스키를 맛본 적도 있습니다.
그 한 잔이 그에게 가르쳐 준 것 — 나무를 심는다는 것 — 은 다른 글에 더 자세히 썼습니다.
→ 70년 숙성 위스키, 그리고 이안 창의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피우는 부드러운 피트
고모로는 피트 원액을 1년에 한 번, 단 한 번만 증류합니다.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 약 두 달간.
왜 그 시기일까요?
이안 씨의 스승, 고 짐 스완 박사가 12월 25일 — 크리스마스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스완 박사는 가볍게 쓴 피트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고모로는 부드러운 피트를 피웁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크리스마스 뉴본입니다.
스승의 생일을 이름에 담은, 부드러운 스모크의 한 잔.
매년 크리스마스면, 증류소는 스승이 사랑했던 피트 연기로 가득 찹니다.
이제 이곳에 없는 사람에게, 향기로 쓴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스완 박사에 대한 깊은 존경.
그 안에 따뜻한 무언가가 살아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결정이고, 얼마나 멋진 이름인지 💛
이런 감성이, 제가 고모로와 이안 씨를 이토록 응원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이안 씨가 스완 박사를 얼마나 깊이 존경하고, 지금도 얼마나 그를 지침으로 삼는지 잘 보여 주는 패널입니다.
분명 하늘 어딘가에서, 제자가 도전하는 모습을 기뻐하고 계실 거예요!)
고모로의 피트 수치는 몰트 단계에서 약 25ppm입니다.
이 부드러운 피트를 피우는 12월부터 1월까지, 증류소 전체가 훈제 베이컨 같은 향으로 가득 찹니다.
“향이 너무 좋아서 내내 배가 고파요.”
이안 씨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러 피트를 가볍게 할까요?
너무 세게 피우면 연기가 과일 향을, 그리고 증류소 자체의 개성을 덮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안 씨가 추구하는 것은 과일과 스모크, 그 둘 모두입니다.
달콤하고 과일 향 가득한 뉴 메이크 위에, 부드러운 스모크가 가볍게 얹힌 것.
작년, 산토리의 마스터 블렌더 후쿠요 신지 씨가 크리스마스 뉴본을 마셔 보고, 놀라서 몇 년 숙성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답은 13~15개월이었습니다.
“숙성고가 불타지 않는 한, 이건 계속 자랄 거예요.”
이안 씨는 또 웃었습니다.
블렌딩의 기술로 이루는 하모니
고모로가 소중히 여기는 말은 하모니와 밸런스입니다.
이안 씨가 언젠가 후쿠요 신지 씨에게 재패니즈 위스키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하모니, 그리고 밸런스”였습니다.
히비키처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위스키.
그리고 그 하모니는 블렌딩의 기술로 도달합니다.
인터뷰에서 일본의 어느 생산자를 기준으로 삼느냐고 물으면, 이안 씨는 늘 산토리라고 답합니다.
그들의 블렌딩에 진심으로 경의를 품고 있습니다.
히비키처럼 균형 잡힌 위스키는 보통 몰트와 그레인, 여러 구성 원액을 조합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하모니를 목표로 하는 고모로도 그레인 위스키를 만들까요?
물어보니, 그 자신의 열정은 분명히 몰트 위스키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안 씨가 바라보는 것은, 어떻게 하모니에 도달할 것인가입니다.
그레인과 몰트를 섞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KDI 그룹이 앞으로 만들어 갈 다양한 구성 원액들.
그것들을 블렌딩으로 어떻게 하나의 조화롭고 균형 잡힌 잔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거기에 블렌더의 역량이 있고, 그것이 이안 씨가 도전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셰리 캐스크 원액
그날 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특별한 셰리,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먼저, 셰리 캐스크를 만드는 분들에게서 받았다는 약 40년 된 셰리.
시럽처럼 진하고 느릿한, 40년 가까운 PX.
이런 셰리를 만들 수 있는 파트너이기에, 고모로는 이렇게 특별한 오크통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이안 씨가 작은 병에 담긴 구성 원액 두 가지를 꺼냈습니다.
하나는 셰리 캐스크를 조금 사용한 특별한 뉴본.
다른 하나는 올로로소 캐스크에서 2년 숙성한 고모로 원액.
다 함께 조금씩 맛보았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
고모로는 비밀이 많은 생산자로, 캐스크 구성을 거의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액의 구성을 직접 열어 보여 주고, 우리에게 따라 준 것입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그걸 얼마나 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드문 일이었고, 그렇게 특별한 것을 펼쳐 보여 준 마음에 —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합니다!!

지금 스페인은 셰리 캐스크를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QR 코드 인증이 없으면 셰리 캐스크라고 부를 수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그 인증받은 캐스크에서 나온 것 — 다른 것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한 잔입니다.
뉴 메이크, 물, 숙성, 피트, 블렌딩, 그리고 마지막으로 셰리.
고모로의 위스키가 얼마나 섬세하게, 얼마나 긴 시간 단위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한 조각을 하룻밤에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에 대해 아직 전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뒤에 있는 사람.
Part 4에서는 카발란에서 일본에 이르는 이안 씨의 발자취와,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따라갑니다.
— 고모로 증류소 / 이안 창 테이스팅 시리즈 —
이전 ← Part 2: 고모로의 뉴 메이크, 그리고 솟아나기까지 50년이 걸리는 물
다음 → Part 4: “경험은 필요 없다” — 카발란에서 일본으로, 이안 창
고모로 증류소 이안 창 씨와의 테이스팅 밤에서. Bar Little Happiness / 다니모토 미카
【이 글을 쓴 사람】
다니모토 미카(谷本美香 / Mika Tanimoto)
주식회사 Little.m 대표 / 오너 바텐더
2006년부터 히로시마 나가레카와에서 위스키와 럼 전문 바 「Bar Little Happines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외의 증류소를 찾아가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시 우수기능자.
「위스키도 럼도, 만든 이의 마음에 닿을 때 더 맛있어집니다.」
【가게 정보】📍 Bar Little Happiness
히로시마시 나카구 나가레카와초 5-14 Rolling나가레카와 1F
월~토 19:00~24:30 / 일 19:00~24:00 (증류소 방문 등 여행 중에는 휴무)
테이블 차지 없음 · 예약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