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했던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 | 스무 개의 기억 Vol.5
2026.10.06
Thanks 20th Anniversary 스무 개의 기억 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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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 전의 일일까요.
어느 날, Bar Little Happiness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발음이 꼬여 있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 무렵, 매일 만석이라 우쭐해 있었습니다.
손님층을 정돈하는 데만 필사적이어서,
거절에 가까운 말을 돌려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그분은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전화는 끊겼습니다.
바로 그날 밤.
그분이 가게에 오셨습니다.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오시던 그 순간.
저는 숨을 삼켰습니다.
몇 번인가 가게에 와 주셨던 손님이었습니다.
병을 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말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 해서”
“여기 오는 게 기다려져서”
“건너건너,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었어”
“재활하는 데, 힘을 얻고 있었어”
SNS 같은 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는 습관도 아직 없던 때.
그런데도 그분은 제 가게를 기억해 주시고,
건너건너 소식을 들으며, 재활의 힘으로 삼아 주셨던 겁니다.
그때 전화에서 발음이 꼬인 것처럼 들렸던 건, 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부끄러움과 죄송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손님층을 정돈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 있던, 제 오만함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가게는 정신없을 만큼 만석이었습니다.
부끄러움과 어색함 때문에, 그 손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뵙게 되어 기뻐요.”
그 말만 겨우 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했는지, 그때의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20대 초반. 너무 어렸던 거죠.
돌아가실 때, 가게 밖까지 배웅해 드렸습니다.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라고만 말했습니다.
사실은 전하고 싶은 것도, 여쭙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그 후로, 그 손님을 다시 뵌 적은 없습니다.
오만해질 것 같을 때.
착각할 것 같을 때.
저는 언제나 그 손님을 떠올립니다.
천천히, 천천히, 말을 이어 주시던 그 모습.
분명 그 시절의 저는, 그 손님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많은 분들께 같은 일을 하고 말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모르는 채 누군가에게 같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부끄러움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절대로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 부끄러움이, 지금의 저를 발밑에서 받쳐 주고 있으니까요.
Thanks 20th Anniversary 스무 개의 기억 Vol.5
만남은 필연. Rum&Whisky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온라인 숍: https://shop.little-happiness.jp/
【이 글을 쓴 사람】
다니모토 미카(谷本美香 / Mika Tanimoto)
주식회사 Little.m 대표 / 오너 바텐더
2006년부터 히로시마 나가레카와에서 위스키와 럼 전문 바 「Bar Little Happines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외의 증류소를 찾아가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시 우수기능자.
「위스키도 럼도, 만든 이의 마음에 닿을 때 더 맛있어집니다.」
【가게 정보】📍 Bar Little Happiness
히로시마시 나카구 나가레카와초 5-14 Rolling나가레카와 1F
월~토 19:00~24:30 / 일 19:00~24:00 (증류소 방문 등 여행 중에는 휴무)
테이블 차지 없음 · 예약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