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리포트] null²란 무엇인가? 체험자가 말하는 ‘사는 의미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2026.10.06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시그니처 파빌리온 ‘null²(눌눌)’.
오치아이 요이치가 프로듀스한 이 공간은,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묶여 있는 ‘기호의 세계’에서 해방되는, 현대판 선종 사찰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해 불가에 대한 동경
null²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완전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공식 사이트를 몇 번 봐도, 보도 자료를 읽어도, SNS 게시물을 훑어봐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계산기 자연’이란 게 뭐지? ‘눌의 숲’?
‘모르겠다는 것’에 강렬하게 끌린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거라면, 꼭 체험해 보고 싶다!”
이 마음이 저를 null²로 몰아갔습니다.
엑스포에 갈 때마다 그 움직이는 거울 파빌리온을 올려다보며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하고 상상을 부풀렸습니다.
기호에 대한 집착이 이끈 아이러니한 선발
null²의 체험은 사실 엑스포에 가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Scaniverse – 3D Scanner와 Mirrored Body를 다운로드해 저 자신을 스캔.
거기서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정보 입력 작업. 데이터를 입력하고, 아무튼 저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기록해 가는 작업입니다.
“정보를 많이 입력한 사람일수록 선택되기 쉽다”
이 정보를 들은 순간, 제 안의 ‘꼭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폭발했습니다.
바 경영자로서, 위스키·럼 lover, 창업 19년의 실적, 취미, 가치관…… 저를 구성하는 온갖 ‘기호’를 꼼꼼하게, 집요하게 계속 입력했습니다.
그야말로 기호에 대한 집착 덩어리가 된 저.
하지만 그 집착이야말로 3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AI가 3명만 선택합니다)
기호에 대한 집착이, 기호를 내려놓는 체험으로 이끌어 준 것입니다.
선택된 순간, 저는 이해했습니다.
선택된 것은 ‘기호로서의 미카’가 아니라 ‘기호를 내려놓을 준비가 된 미카’였던 것입니다.

거울에 비친 ‘기호의 나’
LED 미러로 둘러싸인 ‘눌의 숲’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야말로 제가 대량으로 입력한 정보로 구성된 ‘나 같은 디지털 휴먼’이었습니다.
디지털의 저는 완벽했습니다.
바 경영자로서의 저를 이야기하고, 위스키에 대한 열정을 술술 늘어놓고, 가치관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입력한 모든 ‘기호’가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 심경──이 디지털의 저를 보며 느끼는 당혹감, 놀라움, 기묘한 위화감, 그리고 ‘선택받기 위해 기호를 마구 입력한 나’에 대한 브라보──는 어디에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기호로 만들어진 완벽한 나와, 지금 여기서 느끼고 있는 생생한 나.
이 대비야말로 null²가 장치한 가장 교묘한 ‘기호를 내려놓는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AI가 본 세계를 체험하다
null²는 사실 ‘AI가 충분히 발달한 미래에서, AI가 본 세계’를 체험하게 해 주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AI의 시점에서 보면, 인간과 동물의 지능 차이 따위는 도토리 키 재기.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이름과 직함, 인생의 스토리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초월적인 시점을 나와 꼭 닮았지만 내가 아닌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들이댄다.
이것이 null²의 본질이라고 느꼈습니다.
숲을 나온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
null²의 체험 속에서 가장 마음에 울린 것은 두 개의 말이었습니다.
“너희가 사는 의미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숲을 나오고 나서였지”
“이제 사는 것의 의미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치아이 요이치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전부가 응축되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20만 년의 인류사와 단 수십 년의 AI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 지 20만 년.
수렵 채집을 하다 숲을 나와 농경을 시작한 것이 1만 년 전.
그 후로도 문명을 계속 발전시켜 온 인류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AI가 급속히 대두했습니다.
ChatGPT 같은 기계가 무엇이든 답해 주는 시대에, 인류의 ‘똑똑함’은 이제 기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멋대로 규칙으로 정한 직업, 나라, 이름 같은 ‘기호’를 내려놓고, 기계에 맡기고, 인류는 숲에서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
원래 똑똑함은 호모 사피엔스의 작은 덤이었으니까.
불교적인 해방감
null²에는 분명 불교적인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똑똑함과 갖가지 기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편하게 살아도 돼”라는 메시지가 힘차게 전해져 옵니다.
디지털의 저와 마주하며, 저는 제 집착의 정체를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내려놓는 것의 가벼움도 맛보았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진 순간
“이제 사는 것의 의미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기호에 묶여 살아온 제가 문득 가벼워졌습니다.
바 카운터와 null²의 공통점
null²에서 체험하는 ‘기호를 내려놓는 의식’은 사실 우리가 바에서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닮았습니다.
카운터에 앉은 손님은 먼저 직함이라는 기호를 벗습니다.
회사에서의 직책, 사회적인 입장, 그런 것을 일단 내려놓고 잔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은 기호에 덮이기 전의 ‘그 사람 그 자체’입니다.
사는 것의 의미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null²가 가르쳐 준 것은 결국 ‘생명’이라는 것의 근원적인 의미였습니다.
과거의 실적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회적인 기호도 일단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감각, 지금 여기 있는 나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
숲을 나온 지 1만 년. 우리는 ‘사는 의미’를 생각하는 데 지쳐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안녕, 호모 사피엔스”
이해 불가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null²는 결국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호를 대량으로 입력해 선택받고 싶었던 저도, 디지털의 저와 마주해 당혹했던 저도, 모두 포함해 ‘기호를 내려놓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이해 불가에 대한 동경이, 기호에 대한 집착을 통해, 기호로부터의 해방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보다 더 아이러니하고, 이보다 더 아름다운 체험이 있을까요.
null²는 최신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가장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사는 것의 의미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똑똑함은 작은 덤.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체험할 수 있었던, 멋진 체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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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다니모토 미카(谷本美香 / Mika Tanimoto)
주식회사 Little.m 대표 / 오너 바텐더
2006년부터 히로시마 나가레카와에서 위스키와 럼 전문 바 「Bar Little Happines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외의 증류소를 찾아가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시 우수기능자.
「위스키도 럼도, 만든 이의 마음에 닿을 때 더 맛있어집니다.」
【가게 정보】📍 Bar Little Happiness
히로시마시 나카구 나가레카와초 5-14 Rolling나가레카와 1F
월~토 19:00~24:30 / 일 19:00~24:00 (증류소 방문 등 여행 중에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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